'동서양의 융합'이라는 제목의 이 벽화는 66개의 패널, 총 113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길이는 157.72m로 지온덴의 벽면 전체를 덮고 있습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1938년 출생) 전 총리는 6년에 걸쳐 이 벽화를 그렸으며 2019년에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이듬해에 완료된 동탑 복원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호소카와는 일본에서 현장 삼장(삼장법사)으로 알려진 중국의 승려 현장(602~664)이 불교 경전을 찾아 인도로 떠났던 여정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현장은 중국으로 돌아오면서 법상종 철학의 기초가 되는 경전을 들여왔습니다. 벽화에는 현장의 험난한 대륙 횡단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벽화 중앙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보리수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보리수는 석가모니가 아래에 앉아 명상을 했던 신성한 나무로,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부처의 왼편에는 선물을 들고 있는 신자들이 서 있는데, 그들 위에 그려진 끈으로 묶인 경전 두루마리는 불교의 가르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처의 오른편에는 다양한 문화권의 동물과 사람들이 고대 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 위로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베른하르트 슈타우트(1654~1712)가 작곡한 예수회 극 무니에르 포르티스(Mulier fortis, 강한 여인)의 악보가 떠 있습니다. 악보는 호소카와의 조상인 호소카와 그라시아(1563~1600)의 삶을 묘사하는 것으로, 그라시아는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박해받은 끝에 자결을 강요당했습니다.
위쪽 패널과 천장의 그림은 불교의 낙원인 정토를 묘사하는 것으로, 하늘을 나는 천녀(天女)를 비롯해 사람의 머리와 새의 몸통, 길게 뻗은 꼬리,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는 불멸의 존재 가릉빈가(산스크리트어로 칼라빈카)가 날아다닙니다. 정면 벽 양쪽에는 바람의 신인 풍신과 천둥의 신인 뇌신이 있습니다. 바깥 회랑의 오른쪽 벽에는 사후 세계에서 영혼을 심판하는 십대왕상이 서 있습니다.
왼쪽 안쪽 벽에는 이 건물의 이름이 유래된 호소종(법상종)의 창시자 중 한 명인 규기(자은대사, 632~682)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규기가 어깨 너머로 지온덴 뒤편 탑에 모셔진 스승 겐조의 동상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한 벽화는 여름에서 겨울로 점차 바뀌는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고 있는데, 정면 벽에는 봄에 떨어지는 벚꽃이, 중앙에는 여름의 연꽃이, 안쪽 벽에는 좌우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있는 가을 풍경이, 그리고 가장 안쪽에는 겨울의 어둠과 추위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호소카와는 유럽 기독교 교회의 프레스코화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회화 기법을 사용했는데, 우선 종이에 흰 점토를 바르고 이탈리아산 안료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초기 스케치의 윤곽이 보입니다.
이 벽화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그리고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일반에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