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지 절의 남문 바로 앞에는 일본과 전쟁의 수호신인 하치만 신을 모시며, 한편으로는 야쿠시지 절을 지키는 야스미가오카 하치만구 신사가 있습니다. 돌을 쌓아 만든 단상에 세워진 본전(신을 모신 건물), 그리고 본전과 연결된 남북의 협전(脇殿, 와키덴: 정전 양 옆에 있는 건물)을 거느린 현재의 건물은 1603년에 지어진 것으로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신사의 이름인 ‘야스미’는 ‘휴식’을 의미합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807년에 하치만 신이 일본 전국 하치만구 신사의 총본궁인 오이타현 우사 신궁에서 야쿠시지 절과 같은 난토 7대 사찰(‘난토(南都: 남쪽의 도읍)’란 호쿠토(北都: 북쪽의 도읍) 즉, 교토와 대비하여 남쪽에 위치한 나라를 가리키는 말) 중 하나인 다이안지 절(大安寺)로 향하던 도중, 이곳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신사가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그 무렵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하치만 신이 수호신으로서 도다이지 절의 대불개안공양회(752년, 대불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어 영혼을 맞아들이는 의식)를 가던 도중,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다고도 전해집니다.
하치만 신은 신도(神道)와 불교의 양쪽 모두에서 숭배되는 존재입니다. 1868년에 정부가 불교와 신도를 공식적으로 분리하기까지 천 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신도와 불교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야쿠시지 절과 인접한 곳에 하치만 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다는 사실은 일본의 불교가 신도의 신들과 공존해 왔음을 말해 주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쿠시지 절 인근 다섯 마을의 사람들은 예로부터 매년 7월이 되면 야쿠시지 절 경내 도인도(東院堂, 동원당) 옆에 있는 류오샤(龍王社)라는 작은 신사에 모여 벼농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을 관장하는 신인 용(龍)을 기리는 의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9월에는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 준 대지의 신들께 감사를 표하는 의식을 야스미가오카 하치만구 신사에서 거행합니다. 이처럼 신도와 불교의 융합은 사찰뿐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안녕까지도 보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